Daily 57

게으름에 대하여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도 시작하기가 싫은 날이 유독 있다.당장 내가 무언가 하고 있어서 ‘다른 신경 쓸게 많아. 바빠서 하지 못했다.’와 다르다.내가 생각하는 게으름은 이거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생각나는데 계속해서 미루는 것.물론 사정이 있을 수 있다.잠을 별로 못 자서 피곤해서, 단순히 그냥 움직이기 싫어서, 단순히 귀찮아서.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쉬고 싶어서. 그럴 수 있다. 항상 같은 속도로 살아갈 수 없기에 매번 달리기만 하며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달려야하는 시기면 달리면 된다. 근데 그냥 미루다가 달리는 건 얘기가 다르다. 30대부턴 체력전이다.미룬다음 달리고 나서의 컨디션을 생각해보면 예전같지 않다. 회복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평범한, 온화한 상태를 유지..

Daily 2026.03.09

매너리즘의 근처에서

시간이 많은 요즘이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바쁘다고 느낄 때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댔는데, 막상 여유가 생기니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보다, 방향이 없다는 감각이 더 크게 느껴진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재택근무, 나머지는 출근.출근하는 날에는 거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고, 같은 시간에 돌아온다.출근일에는 약속을 잘 잡지 않는 편이라, 웬만하면 늦게까지 업무 시간으로 채운다.집에 오면 잠깐 쉬고, 자고, 다시 일어나 출근한다.특별히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반복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런 저런 잡생각이 많이 떠오른다.집에오면 그런 생각들은 더 많이 나를 괴롭힌다. 회사에서도 한 업무를 맡은 지 5년이 다 ..

Daily 2026.01.20

요즘 이모저모

# 누군가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예전에는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에 더 가까웠다. 판단하기보다는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마음. 그게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요즘 들어 욕심이 생긴 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기준과 기대에서 벗어나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마음이 쉽게 흔들렸다. 무작정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나는 그를 이해해보기로 했다.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대화를 통해 조금 더 들여다보려고 했다. 이런 대화들이 서툰 나였지만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을 꺼내놓고, 상대방의 마음에도 귀를 기울였다.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잘 울지도 않던 내가 눈물이 많아졌고, 가슴이 자주 아팠다. 하지만 그런 시..

Daily 2026.01.04

내가 자주 하는 말버릇

요즘 들어 내가 자주 하는 말버릇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이런 건 보통 “아, 이거” 하고 금방 하나쯤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오래전부터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음…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났다. 한참을 고민해도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서 결국 가까이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내가 자주 쓰는 말 같은 게 있냐고.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근데.”내가 말을 시작할 때 유난히 자주 쓰는 말이라고 했다.그리고 하나 더,“일단.”대화 중간이나 끝에 한 번씩 꼭 나온다고 한다. 그 얘길 듣고 나서야 조금 감이 왔다. ‘근데’는 지금 하고 있던 이야기를 잠깐 멈추게 만들고, ‘일단’은 말을 정리하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둘 다 결론으로 바로 가기 전에 한 박자 ..

Daily 2025.12.22

엘레베이터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보기"의 글을 작성해봅니다.→ 아파트 옆집 사람, 편의점 직원, 항상 조용한 직장 동료 등 1. 그녀(할머니)의 이야기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젊은 아가씨가 있다. 요즘 기억이 흐릿해져서 얼굴을 헷갈릴 때가 많다.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본 건 관리실에서였을 거다. 그날은 버스에서 내린 뒤, 손에 있어야 할 작은 가방이 없다는 걸 깨닫고 한참을 멍하니 섰다. 휴대폰도 그 안에 있었는데… 휴대폰을 잃어버리니 연락할 방법도 없고, 어디다 신고해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결국 관리실로 갔다. 내 머리속에 있는 말들을 꺼내는데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이야기한 것 같다. 관리실 직원이 이것저것 확인하는 동안 뒤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

Daily 2025.11.23

나의 작은 사치

집에 있는 시간이 꽤 많다. 감사하게도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주 2회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그러다보니 낮 시간에 집에 있는 날이 일주일에 5번은 된다. 벌써 재택근무를 한 지는 근 5년이 다 되어간다. 집에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컵에 따라 마시고, 졸린 오후 시간 즈음에는 커피를 내려마신다.그냥 아무 컵에 담아도 되지만, 내가 직접 고른 귀엽고 예쁜 컵에 담아 마실 때 기분이 다르다.묵직한 머그컵을 고를지, 손잡이가 큰 컵을 고를지, 컵에 비친 물빛을 보고 싶어서 투명한 컵을 고를지, 시원한 온도를 길게 유지시켜 줄 보온 컵을 쓸지 등. 그날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물이나 커피를 따를 컵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소비를 조금 신중히 하는 편이다. 쇼핑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오..

Daily 2025.09.22

운명은 뭐라고 생각해? - 2

오늘 지연은 주사위를 손끝에서 굴리다 잠시 멈췄다.좋은 면이 위로 올 때마다 웃을 수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 선택이 맞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다.사람을 온전히 신뢰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많이 쓰며 자주, 오래,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내 마음을 전부 내어주고, 그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확신.그런데 지연은 점점 그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은채와는 두려움 없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건넬 수 있었고,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크기의 마음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었다.하지만 시간이 쌓이고, 지연의 마음이 더 커지는 동안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마음이 커지고 우정이 쌓여가는 만큼 기대가 커졌었다. 그렇지만 그 기대가 어긋날 때마다 실..

Daily 2025.09.07

어린 시절, 가장 또렷한 말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친구들이 유년기의 작은 일화를 생생하게 이야기할 때, 나는 내 안에서는 떠오르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어느정도 머리가 큰, 중고등학교 이후의 일상의 대화나 몇 해 전의 풍경, 그때의 감정까지는 세세하게 남아 있다.흐릿하다 못해 지워져버린 어린 시절과 선명한 현재 사이의 간극이 크다.인사이드아웃에 나오는 기억 저장소처럼, 내 어린 시절의 기억 구슬들을 모두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런데도 희미한 기억 속에서 또렷하게 남아 있는 말이 하나 있다.어릴 적 엄마는 나와 동생의 손을 잡고 사람 많은 곳을 데리고 다녔다.시장, 지하철역, 놀이공원… 복잡한 인파 속안에서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빠짐없이 당부하곤 했다. “엄마 손 놓쳐서 엄마를 잃어버리면, 그 자..

Daily 2025.08.24

운명은 뭐라고 생각해? - 1

“넌 운명을 믿어?” 은채의 질문에 지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었다.“아니. 난 운명 안 믿어.” 운명이라는 단어는 지연에게 늘 수동적인 냄새를 풍겼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주인공이 아닌 행인 같은 삶.주체적으로 살아가길 좋아하는 지연은 '운명적'이라는 말은 매력이 없는 단어였다.그녀는 순간순간의 선택과 타이밍이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좋아하는 문장도 있었다."인생은 타이밍."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내 인생에 들어오는 것도, 그 관계가 흘러가는 모양도, 결국 선택과 타이밍의 결과일 뿐.처음부터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었다고 말이다.은채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만약 지연을 처음봤을 때, 지연이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였다면자신이 먼저 장난을 치며 거리를 좁히는 일은 없었을 ..

Daily 2025.08.10

좋으면 좋다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을 해봐요

# 내 감정을 마주하는 것을 회피하고 뒤로 미뤄서는 안돼아무리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지금은 괜찮아’, ‘별일 아니겠지’ 하며 넘겨버릴 때가 많았다.그렇게 미뤄둔 감정들이 쌓이면 결국 오해가 되고,그 오해는 점점 불편함과 거리감으로 자라난다는 걸 느꼈다. 예전의 나는 흔히 말하는 '회피형'처럼 자주 상황을 피하곤 했다.괜히 더 말을 꺼냈다가 어색해질까 봐, 상대가 날 부담스러워할까 봐, 혹은 더 멀어질까 봐.그래서 그냥 조용히, 아무 일 아닌 척 흘려보내곤 했다.대략 넘기고, 며칠 뒤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를 하고, 혹은 감정을 최대한 삭히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 내 성향은 한번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릴 시절 부터 가정 환경과 수많은 관계를 거치며 차곡차곡 쌓아진 거라문제인식을 한지는 그리 얼마 ..

Daily 202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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