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시간이 꽤 많다. 감사하게도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주 2회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낮 시간에 집에 있는 날이 일주일에 5번은 된다. 벌써 재택근무를 한 지는 근 5년이 다 되어간다.
집에 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컵에 따라 마시고, 졸린 오후 시간 즈음에는 커피를 내려마신다.
그냥 아무 컵에 담아도 되지만, 내가 직접 고른 귀엽고 예쁜 컵에 담아 마실 때 기분이 다르다.
묵직한 머그컵을 고를지, 손잡이가 큰 컵을 고를지, 컵에 비친 물빛을 보고 싶어서 투명한 컵을 고를지, 시원한 온도를 길게 유지시켜 줄 보온 컵을 쓸지 등. 그날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물이나 커피를 따를 컵을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소비를 조금 신중히 하는 편이다. 쇼핑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오래 고민한다. 이게 진짜 필요할까, 몇 번이나 쓰게 될까, 가격은 적당한 걸까. 그렇게 따지다 보면 결국 안 사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컵이나 그릇만큼은 그렇지 않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다는 '적당히 필요하고 '예쁘다' 싶으면 결국 사게 되는 내 모습을 최근에서야 발견했다.
그렇게 하나둘 모은 컵과 접시는 많아보일 것 같지만, 사실 많지는 않다. 자주 쓰는 컵들을 세워보면 10개 정도다. (혼자 쓰는 것 치고 많은 건가)
직접 고른 좋아하는 컵에 커피를 따르고, 귀여운 접시에 빵을 올려두면 하루가 조금 더 기분이 좋다.아, 컵 얘기만 하다가 갑자기 은근슬쩍 그릇 얘기도 나와버렸다.
약속이 없는 날에는 직접 간단히라도 해먹는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아 먹기도 한다.
집을 꾸미는 것도 그렇다. 일도 하고, 쉬기도 하고, 생각보다 하루의 대부분을 여기서 보낸다. 내가 제일 오래 머무는 공간인 집을, 예전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면 내가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처음부터 큰돈을 쓰며 단번에 꾸민 건 아니다.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구만 있었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막상 잘 몰랐다. 그래서 이것저것 잔뜩 사놨다가 마음에 안들면 중고로 내놓고, 버리고 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다시 작은 것 부터 시작했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작은 것들, 미니 포스터, 이불커버나 커튼 같은 패브릭, 가구, 좋아하는 색감의 소품 같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공간이 됐다.
좋아하는 컵에 커피를 따르고,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진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차이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앞으로도 집 안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고 싶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 손길과 눈길이 머무는 공간으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내 방식의 작은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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