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연은 주사위를 손끝에서 굴리다 잠시 멈췄다.
좋은 면이 위로 올 때마다 웃을 수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 선택이 맞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다.
사람을 온전히 신뢰한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많이 쓰며 자주, 오래,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을 전부 내어주고, 그 무게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확신.
그런데 지연은 점점 그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은채와는 두려움 없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건넬 수 있었고,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크기의 마음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고, 지연의 마음이 더 커지는 동안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 더 선명하게 남았다.
마음이 커지고 우정이 쌓여가는 만큼 기대가 커졌었다. 그렇지만 그 기대가 어긋날 때마다 실망스러움이 가슴을 짓눌렀다.
“내가 너무 큰 욕심인 걸까?”
지연은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상대의 마음을 '나만큼' 가득 채우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 모른다.
그래도 그 마음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듯한 느낌이 찾아오면,
서운함은 눈물을 흘리게 했고, 밤마다 지연을 괴롭혔다.
그렇게 쌓여가는 서운함과 속상한 마음은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눈물로 지새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우린 정말 계속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운명 대신 선택을 믿었던 지연이었지만, 갈림길 앞에 홀로 선 듯했다.
함께 걷는 선택을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야 할지.
이번에는 주사위가 지연의 손끝에서 멈춘 채로 굴러가지 않았다.
이제는 그 주사위를 굴릴 용기가 쉽게 나지 않았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소중히 여길수록 멀어지는 듯한 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형태 없는 것을 우리는 꿈이라 부르고, 사랑이라 부른다.
그 이름 아래에서 상처받고, 멈춰 서고,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결국은 또다시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만 한다.
지연은 알았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운명이란 이런 갈림길 앞에서 스스로 내리는 결정을 두고 붙인 이름일 뿐이라는 걸.
운명은 주사위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순간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Gm1ki5DchY&list=RDHGm1ki5DchY&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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