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내가 자주 하는 말버릇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이런 건 보통 “아, 이거” 하고 금방 하나쯤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오래전부터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음…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났다.
한참을 고민해도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서 결국 가까이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내가 자주 쓰는 말 같은 게 있냐고.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근데.”
내가 말을 시작할 때 유난히 자주 쓰는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일단.”
대화 중간이나 끝에 한 번씩 꼭 나온다고 한다.
그 얘길 듣고 나서야 조금 감이 왔다. ‘근데’는 지금 하고 있던 이야기를 잠깐 멈추게 만들고, ‘일단’은 말을 정리하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둘 다 결론으로 바로 가기 전에 한 박자 멈추는 말이다. 말이 정리된 다음에 나오는 단어라기보다는, 정리하면서 나오는 말에 가깝다.
특히 ‘일단’은 내가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요약하고 싶을 때 자주 쓰는 말인 것 같았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거나, 생각이 복잡해질 때 괜히 더 설명하기보다는 일단 핵심부터 잡고 싶어진다. 지금 이 얘기를 어디까지 가져갈 건지, 대충 방향부터 정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나와서 “일단”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반대로 ‘근데’는 상대방 말에 동의할 때보다는, 조금 다른 생각을 덧붙이고 싶을 때 더 자주 쓰는 말이었다. 완전히 반대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애매할 때. 지금 말해진 이야기 옆에 내 생각 하나만 살짝 얹고 싶을 때 말이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말을 너무 자주 쓰다 보면 의도와는 다르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는 그냥 생각을 이어가는 중이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말에 바로 반박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그런 순간이 아예 없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나는 내 말버릇을 이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늘 이렇게 말해왔고,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돌아보니 말버릇이라는 게 생각보다 내가 어떤 태도로 대화를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근데’ 대신에 “내 생각엔”이나 “다르게 보면” 같은 말을 한 번쯤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같은 말을 반복할 필요는 없으니까.
결국 이 말버릇들은 무언가 의미를 붙일 만큼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을 이어가는 방식에 가까운 것 같다. 알고 나니 조금 신경은 쓰이지만, 그렇다고 꼭 고쳐야겠다는 마음까지는 아니다. 그냥 이런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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