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도 시작하기가 싫은 날이 유독 있다.
당장 내가 무언가 하고 있어서 ‘다른 신경 쓸게 많아. 바빠서 하지 못했다.’와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게으름은 이거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생각나는데 계속해서 미루는 것.
물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잠을 별로 못 자서 피곤해서, 단순히 그냥 움직이기 싫어서, 단순히 귀찮아서.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쉬고 싶어서.
그럴 수 있다.
항상 같은 속도로 살아갈 수 없기에 매번 달리기만 하며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달려야하는 시기면 달리면 된다. 근데 그냥 미루다가 달리는 건 얘기가 다르다. 30대부턴 체력전이다.
미룬다음 달리고 나서의 컨디션을 생각해보면 예전같지 않다. 회복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평범한, 온화한 상태를 유지하며 내 페이스에 맞게 걸어가는 삶을 사는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감정기복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 평범함,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지,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내가 겪어보고 이해해 봐야 보이는 세상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흐릿했던 세상들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게으름을 피우면서는 나는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할 일을 미루면서 마음의 짐이 느껴진다고 하는 것처럼.
그 짐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커지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그렇게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쉬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게 내면의 불안인지,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 근데 기본적인 청소를 미루는 건 진짜 경계해야 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나는 청소를 미룬다. 그러면 계속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 내 집이 쓰레기장이 되는 게 아닌지, 그 티비에 나오는 거대쓰레기방이 되는 건 아닌지,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러고 싶지 않았을 텐데, 사실 그러면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그렇게 된 건지, 그렇다면 나도 마음이 아파지는 건지.. 뭐 이런 끊임없는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각설하고 어쩌면 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날이 있는 것은,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게으른 걸 싫어한다. 어릴적 형편이 썩 좋진 않았다.
엄마에겐 게으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기에, 몸이라도 더 움직여서 100원이라도 식재료를 더 싸게파는 곳에 몇십분씩 더 걸어서 가고, 잠을 줄여가며 일도 하며 나와 동생을 키우셨다고 한다. 게으름도 여유가 있어야 부릴 수 있는 거라 했다.
어릴 적 내가 귀찮음을 보일 때마다 엄마는 참 답답해하시긴 했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가끔 게을러질 때도 '아, 나 좀 아직 여유롭나 보네.'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상태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는 게 괜찮은 일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
살면서 두 가지를 다 욕심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온전히 쉼을 선택한 건지, 무언가를 회피하려는 건지 알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경계해봐야 한다.
일단, 움직이자. 나가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움직이면 해결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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