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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하여

cakey 2026. 3. 9.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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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고, 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도 시작하기가 싫은 날이 유독 있다.

당장 내가 무언가 하고 있어서 ‘다른 신경 쓸게 많아. 바빠서 하지 못했다.’와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게으름은 이거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생각나는데 계속해서 미루는 것.

물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잠을 별로 못 자서 피곤해서, 단순히 그냥 움직이기 싫어서, 단순히 귀찮아서.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쉬고 싶어서.

 

그럴 수 있다.

 

항상 같은 속도로 살아갈 수 없기에 매번 달리기만 하며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달려야하는 시기면 달리면 된다. 근데 그냥 미루다가 달리는 건 얘기가 다르다. 30대부턴 체력전이다.

미룬다음 달리고 나서의 컨디션을 생각해보면 예전같지 않다. 회복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평범한, 온화한 상태를 유지하며 내 페이스에 맞게 걸어가는 삶을 사는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감정기복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 평범함,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지,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내가 겪어보고 이해해 봐야 보이는 세상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흐릿했던 세상들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게으름을 피우면서는 나는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할 일을 미루면서 마음의 짐이 느껴진다고 하는 것처럼.

그 짐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커지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그렇게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쉬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

이게 내면의 불안인지,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 근데 기본적인 청소를 미루는 건 진짜 경계해야 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나는 청소를 미룬다. 그러면 계속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 내 집이 쓰레기장이 되는 게 아닌지, 그 티비에 나오는 거대쓰레기방이 되는 건 아닌지,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러고 싶지 않았을 텐데, 사실 그러면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그렇게 된 건지, 그렇다면 나도 마음이 아파지는 건지.. 뭐 이런 끊임없는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각설하고 어쩌면 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날이 있는 것은,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게으른 싫어한다. 어릴적 형편이 좋진 않았다.

엄마에겐 게으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포기할 없는 것들이 있었기에, 몸이라도 움직여서 100원이라도 식재료를 싸게파는 곳에 몇십분씩 걸어서 가고, 잠을 줄여가며 일도 하며 나와 동생을 키우셨다고 한다. 게으름도 여유가 있어야 부릴 있는 거라 했다

어릴 적 내가 귀찮음을 보일 때마다 엄마는 참 답답해하시긴 했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가끔 게을러질 때도 '아, 나 좀 아직 여유롭나 보네.'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상태에 너무 오래 머물러있는 게 괜찮은 일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

살면서 두 가지를 다 욕심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온전히 쉼을 선택한 건지, 무언가를 회피하려는 건지 알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경계해봐야 한다.

 

일단, 움직이자. 나가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움직이면 해결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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