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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의 어느 날Daily 2022. 11. 23. 15:58
때는 2020년 늦여름이었다. 낮에는 햇빛이 쨍쨍해서 조금만 걷다 보면 땀이 나고 저녁에는 습도 높은 미지근한 공기가 가득한 여름날. 직장에서 만나 가까워진 사이가 된 언니와 처음으로 2박 3일을 여행하기로 했다. 여름엔 역시 바다지! 하며 동쪽 끝자락쯤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일찍부터 여행 짐을 싸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여행 이튿날부터 여벌 옷과 화장품을 챙겼다. 그리고 놀 때 휴대폰이나 작은 물건들을 넣기 좋은 작은 크로스백도 함께 짐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에어팟도 넣었다. 사실 언니가 직접 운전해서 갈 것이기 때문에 여행 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탈 일은 없을 예정이었다. 보통 이동할 때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많이 듣곤 했지만 나는 바닷가에서 한창 놀다가 나와, 파라솔 밑에 앉아 에어팟을 끼고 한참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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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사이드프로젝트 함께하기Daily 2022. 11. 9. 23:43
나만 잘하면 뭐든 할 수 있어! 라고 단단히 생각했던 날들이 있다. 계획대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성실히 노력하면 되긴 하겠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고 어려운 경우들도 있다. '나는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다 잘 하니까 훌륭한 서비스 하나는 뚝딱 만들거야.' 하며 자신만만해 했다.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고 1년동안 천천히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혼자 A to Z 부터 하니까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없어 속도도 빠를 거고 금새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실행에 옮겨서 실제 개발을 한 두달 진행했다. 퇴근하고 몇시간씩, 그리고 주말에도 틈틈이. 내가 생각한 서비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구멍이 많았고 고민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 고민을 하는 동안 개발은 멈췄고 더 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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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 대한 이야기Daily 2022. 10. 26. 23:52
"실수"하면 스무 살 초반에 겪었던 사회생활 순간들이 떠오른다. 가장 실수를 많이 했고, 실수를 두려워했던 시기이다. 특히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면서 사용자와 가장 맞닿은 곳에 있다 보니 작은 실수 하나로 큰 여파를 보기도 했다. 나의 실수 하나가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회사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 실수를 할 때마다 '내가 왜 그랬지', 한 번 더 챙길 걸', '비슷한 실수를 또 해버렸어', '나를 일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거야'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었다. 그 실수를 숨기기 위해 다른 일을 만들어 가리거나, 비밀로 한 적도 있다. 그래도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실수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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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도취와 높은 자존감 그 사이 어딘가Daily 2022. 10. 12. 23:47
나는 그냥 잠깐 겉으로만 보면 착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뭐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태도나 내면은 둥글기보다는 조금 뾰족함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를 극명하게 두고,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거나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이 다가와도 밀어내며 멀어졌다. 상대방 쪽에서도 나의 이런 태도를 보며 불편해할 수도 있었을 거다. 현재와 비교해보면, 과거의 나는 자기중심적인 면이 강했다. 그리고 자기객관화를 정확하게 하지 못하고 높은 자존감과 자기애로 가득 찼었다.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고, 재능인 줄 알았던 것.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것. 나의 주관적인 부분을 타인에게 주입하려고 했던 것. 타인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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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는 운동Daily 2022. 4. 20. 23:40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청소년 선수단에서 수영을 했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시켜서 시작하게 된 거지만 선수단에서 대회 준비를 하며 심폐지구력 단기 순발력 그 외 스킬등을 익히며 승부욕을 자극하는 과정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꽤 재밌는 추억 같긴 하다.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탔었다. 어느 순간 부터 금메달을 따기가 힘들었고 나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한참 기가 죽었었다. 내 꿈이 수영선수는 아니었고 그 당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선수단 생활을 그만 뒀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제대로 수영을 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집 근처 수영 강습을 끊으면 몇 회 가다가 힘들어서 안 간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힘들면 예전에 힘들게 선수단 생활을 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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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시절 깨달은 것들Daily 2022. 4. 7. 00:00
대학생 시절 컴퓨터공학과에서 꽤 재밌게 전공들을 들었던 것 같다. 이론수업만 듣기에는 조금 부족해서 관련 동아리나 대외활동 등 나의 미래 직업에 도움이 될만 한 일들을 이것 저것 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 어느 방학. 같이 붙어다니는 동기 언니가 갑자기 조기취업을 했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취업계를 쓰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무언가 멋있고 재밌어보여서 멋도 모르고 당시 취업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신입을 뽑는, 일하면 재밌을 것 같은 회사들에 무작정 지원을 했다. 이력서는 이전에 인턴이나 대외활동때 미리 적어 둔 것이 있어서 그걸 제출했다. 그러다 운 좋게 내가 일해보고 싶은 웹 기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합격했다. 회사의 서비스가 좋았고, 회사의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보였고, 회사에서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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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자취 :: 강남 주민 4년차Daily 2022. 3. 23. 23:30
벌써 독립한 지 4년 차가 다되어 간다. 지금은 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쭉 살았었고, 학교도 경기도 였어서 스무 살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은 나에게 복잡하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 어려운 곳이었다. 파란색 버스는 가운데서 타야 하고 방향도 매번 잘못 봐서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이면 지각하기 일쑤였다. 물론 지금도 서울을 다 모르지만.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싶다'가 자취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심플하게는 회사와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강남역 근처로 알아보게 되었다. 다른 곳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당연히 다른 곳보다 땅값도 비싸고 물가도 비싸다는 생각에 내 예산 내에서 아주 좋은 집은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첫 자취를 회사 근처에서, 그것도 강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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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없이 가고 싶은 자연경관 명소들Daily 2022. 3. 9. 23:52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취미나 좋아하는 것 있나요?"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거의 대부분의 답변에는 여행이 들어가 있다. 근데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편이라 한 번도 여행이라고 대답해 본 적도 없고, 여행이 좋다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주변 환경의 익숙함을 좋아했고, 새로운 곳에 가면 먹는 거 씻는 거 자는 거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밖에 나가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국내에 한해 당일치기로 혹은 1박 2일로 짧게 다녀오는 것 외에는 어딜 많이 돌아다니지 않은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해외 여행지로 보면 어릴 때 다녀온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생 때 어학연수로 잠시 다녀온 도쿄, 맛있는 거 먹고 놀다 오기 위해 다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