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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나누면Daily 2023. 4. 12. 00:30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나의 슬픔을 주변사람들에게 공유하지 않는 편이다. 한 친구와 꽤 오랜 기간 동안 친했다. 그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는 항상 좋지 않은 이야기, 슬픈 이야기를 하며 본인의 처지에 공감하고 위로해 주길 바랐었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조언도 해줬지만 친구는 그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어디까지 위로해줘야 할지, 이렇게라도 친구 옆을 지키고 있는 게 잘하고 있는 건지 회의감도 들며 긍정적이고 밝은 나조차도 우울해지려는 모습이 비쳤다. 슬픔을 100% 전부 공유하면 슬픔이 반이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같이 슬퍼지는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된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위로를 바라는, 안쓰러운, 슬퍼지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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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점Daily 2023. 3. 8. 23:57
나는 어릴적부터 소매가 짧은 반팔을 입는 걸 싫어했다. 팔을 들거나 약간의 활동적인 행동을 하면 반팔의 소매가 걷혀지는 그 순간이 싫었다. 예쁜 원피스를 보고 나서는 팔이 내 팔을 적당히 가릴 수 있는지, 그 곳이 가려지는지 먼저 생각하곤 했다. 그곳은 내 왼쪽 팔의 점이다. 내 왼쪽 팔에는 500원 동전크기만한 갈색빛의 진하고 큰 점이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점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점들이 촘촘한 원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점은 태어날 때 부터 엄마에게 물려받았다. 엄마는 배꼽 밑에 나보다 더 연한 형태로 3~4배 정도 큰 사이즈의 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부끄러웠다. 그냥 보통의 점도 조금 크면 눈에 많이 띄곤 하는데, 내가 위에 묘사한 크기의 점이 팔 한가운 데에 있으면 얼마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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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냈던 일에 대해Daily 2023. 2. 22. 23:55
신입으로 작은 스타트업에 들어가 일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한 번의 이직을 거치고 이제 어엿한 6년 차 개발자다. 실력에는 연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협업을 하는 과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경험에서 나오는 짬(?)과 바이브(?)는 저연차와 고연차의 차이를 무시 못한다. 한 해 한 해 지나며 연차와 함께 내 실력도 늘어나고 있는지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신입, 주니어라고는 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지난주,회사에서 신입공채로 입사한 20명 내외의 개발자들에게 웹프론트엔드 분야 직무에 대해 소개하고 교육하는 강사 역할에 내가 추천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팀장님에게 받은 제안이었고 아직 이 회사에 3년 차밖에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직무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니 부담감이 적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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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ns를 하는 이유Daily 2022. 12. 21. 17:15
sns를 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단점들도 확실히 존재한다. sns를 오래 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 발생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sns에서는 좋았던 경험, 모습만을 집중적으로 노출하고 미화해서 나타내려는 경향들이 있다고 한다. 그 게시글을 보는 다른 이용자는 사진과 짧은 동영상을 보고 그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단편적인 부분만 확인해 끊임없이 자신과 비교하면서 우울감,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글들을 보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 역시 스무 살 될 무렵 비슷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의 나는 sns를 꽤 활발히 하는 편이다. 나에게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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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 수록Daily 2022. 12. 7. 15:31
sns를 하다가 어떤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됐다. 가사 한줄한줄이 내가 어릴 적에 했던 행동, 그때의 나의 생각을 옮겨 적어 놓은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돌려 들었다. Sasha Sloan의 Older 라는 곡이다. 비슷하게 한창 들었던 엄마라는 곡도 찾아 듣게됐다. - Sasha Sloan의 Older 가사의 일부 I used to shut my door 난 문을 쾅 닫곤 했어 While my mother screamed in the kitchen 우리 엄마가 부엌에서 소리를 질러댈 때면 I'd turn the music up,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Get high and try not to listen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을 했어 I swore I'd never be like them 난 절대 저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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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름의 어느 날Daily 2022. 11. 23. 15:58
때는 2020년 늦여름이었다. 낮에는 햇빛이 쨍쨍해서 조금만 걷다 보면 땀이 나고 저녁에는 습도 높은 미지근한 공기가 가득한 여름날. 직장에서 만나 가까워진 사이가 된 언니와 처음으로 2박 3일을 여행하기로 했다. 여름엔 역시 바다지! 하며 동쪽 끝자락쯤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일찍부터 여행 짐을 싸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여행 이튿날부터 여벌 옷과 화장품을 챙겼다. 그리고 놀 때 휴대폰이나 작은 물건들을 넣기 좋은 작은 크로스백도 함께 짐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에어팟도 넣었다. 사실 언니가 직접 운전해서 갈 것이기 때문에 여행 기간 동안 대중교통을 탈 일은 없을 예정이었다. 보통 이동할 때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많이 듣곤 했지만 나는 바닷가에서 한창 놀다가 나와, 파라솔 밑에 앉아 에어팟을 끼고 한참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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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사이드프로젝트 함께하기Daily 2022. 11. 9. 23:43
나만 잘하면 뭐든 할 수 있어! 라고 단단히 생각했던 날들이 있다. 계획대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성실히 노력하면 되긴 하겠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고 어려운 경우들도 있다. '나는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다 잘 하니까 훌륭한 서비스 하나는 뚝딱 만들거야.' 하며 자신만만해 했다.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고 1년동안 천천히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혼자 A to Z 부터 하니까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없어 속도도 빠를 거고 금새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실행에 옮겨서 실제 개발을 한 두달 진행했다. 퇴근하고 몇시간씩, 그리고 주말에도 틈틈이. 내가 생각한 서비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구멍이 많았고 고민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 고민을 하는 동안 개발은 멈췄고 더 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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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 대한 이야기Daily 2022. 10. 26. 23:52
"실수"하면 스무 살 초반에 겪었던 사회생활 순간들이 떠오른다. 가장 실수를 많이 했고, 실수를 두려워했던 시기이다. 특히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면서 사용자와 가장 맞닿은 곳에 있다 보니 작은 실수 하나로 큰 여파를 보기도 했다. 나의 실수 하나가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회사에 금전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 실수를 할 때마다 '내가 왜 그랬지', 한 번 더 챙길 걸', '비슷한 실수를 또 해버렸어', '나를 일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거야'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었다. 그 실수를 숨기기 위해 다른 일을 만들어 가리거나, 비밀로 한 적도 있다. 그래도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실수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