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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리즘의 근처에서

cakey 2026. 1. 20.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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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은 요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바쁘다고 느낄 때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댔는데, 막상 여유가 생기니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보다, 방향이 없다는 감각이 더 크게 느껴진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재택근무, 나머지는 출근.
출근하는 날에는 거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고, 같은 시간에 돌아온다.
출근일에는 약속을 잘 잡지 않는 편이라, 웬만하면 늦게까지 업무 시간으로 채운다.
집에 오면 잠깐 쉬고, 자고, 다시 일어나 출근한다.
특별히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반복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런 저런 잡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집에오면 그런 생각들은 더 많이 나를 괴롭힌다.

 

회사에서도 한 업무를 맡은 지 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배울 게 많았고, 성과를 내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어느 순간부터는 ‘처음 해보는 일’보다 ‘이미 해본 일’, '비슷한 일'이 훨씬 많아졌다.
익숙함이 안정감이 아니라 정체감으로 느껴지는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AI 이야기 없이 일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AI와 함께 보낸다.
직접 코드를 치는 시간보다,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테스트하는 시간이 더 길다.
분명 효율은 좋아졌는데, 이상하게도 손에 남는 감각은 줄어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잘 쓰고 있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회사가 앞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 역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대 AI 시대라는 말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어떤 쪽에 서 있어야 할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대체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들이 과연 나를 남겨주고 있는가’가 더 궁금해진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게 정말 그 사람들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같이 가라앉는다.

이런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요즘은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단한 변화라기보다는, 지금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타파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1. 재택근무 환경 바꿔보기

매일 같은 집, 같은 책상 대신 근처 카페로 나간다.
눈곱도 안 뗀 꾀죄죄한 모습이 아니라, 세수하고 씻고 외출복을 입는다.
일단 일어나서 샤워하고 나가는게 하루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래는 약속도 없으면 굳이 씻지도 않아서 잠도 잘 안깨고 그랬었는데, 뭔가 더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집에서는 흐트러져도 괜찮았던 것들이, 바깥에서는 조금은 신경쓰게 된다.

 

2. 새로운 업무 맡아보기
회사에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한 업무를 너무 오래 맡아서 매너리즘에 온 것 같다고, 리프레시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몇 번의 면담 끝에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완전히 원하던결과는 아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바뀌고, 새로운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지금은 꽤 의미 있다.
가능하다면, 내 열정을 많이 쏟을 수 있는 프로젝트면 더더욱 좋겠다.

 

3. 집에만 있지 않기

최근까지는 개인 프로젝트 앱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출근해서 내내 모니터만 보다가, 집와서까지 ai랑 이야기하면서 앱을 만드는게 꽤나 고독하다. 이번 하던거까지는 마무리하고 개인적으로 하는 개발 프로젝트는 잠시 멈추려한다.
평일 저녁,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공간에 가보기로 한다.
굳이 생산적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가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해도 된다.

공간이 바뀌면 생각의 결도 조금씩 달라진다. 주변의 사람들, 소음, 촉각, 시간, 빛 모든 것들이 달라지니깐.
이게 지금의 나에게는 생각보다 중요한 일 같다.

 

 

이 시간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여유도, 지금의 고민도, 지금의 애매한 감정들도.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내가 당당히 능동적으로 이 시간을 채우고 곧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아직은 뚜렷하게 재밌는 게 보이잔 않는다.
그래도, 재밌어 보일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조금 더 많이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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