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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시절 깨달은 것들
    Daily 2022. 4.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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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시절 컴퓨터공학과에서 꽤 재밌게 전공들을 들었던 것 같다.
    이론수업만 듣기에는 조금 부족해서 관련 동아리나 대외활동 등 나의 미래 직업에 도움이 될만 한 일들을 이것 저것 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 어느 방학. 같이 붙어다니는 동기 언니가 갑자기 조기취업을 했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취업계를 쓰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무언가 멋있고 재밌어보여서 멋도 모르고 당시 취업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신입을 뽑는, 일하면 재밌을 것 같은 회사들에 무작정 지원을 했다.
    이력서는 이전에 인턴이나 대외활동때 미리 적어 둔 것이 있어서 그걸 제출했다.
    그러다 운 좋게 내가 일해보고 싶은 웹 기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합격했다.
    회사의 서비스가 좋았고, 회사의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보였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팀원분들이 좋아 보여서 함께하게 됐다.
    그렇게 개발팀이 5명도 안되는 시절에 신입으로 입사를 하게 됐다.

    작은 회사다 보니 나에게 업무를 진득하게 알려줄 '사수'라는 개념이 없었고
    스타트업이다 보니 시도해보려는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들 바쁘게 업무를 진행했다.
    나에게 일이 주어졌지만 구체적으로 이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하나의 게임 미션 같고 마치 내가 푸른 초원에 던져져서 마을을 하나씩 꾸미고 운영해 나가는 것 같아서 꽤 재미있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입사 후 3년 동안은 일=나였고,
    나의 역할과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칭찬하고 싶은 동료에게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적는 시간이 있는데
    "높은 책임감, 책임감 있는 업무처리"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나이가 어리고, 신입이라고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 나서도 업무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혹시나 업무 중에 놓친 부분이 있을까 퇴근 후 사내에서 쓰는 메신저를 붙잡아가며 복기(?)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에게 과분한 업무를 받아서, 일이 많아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야근이나 철야를 하기도 했다.
    두 번 다시 못해볼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꽤나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때의 힘듦이 성장통이었고,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신입시절을 생각하며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직접 경험하며 깨달은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회사에서는 나 혼자서만 일하지 않는다.
    일을 안 해본 티가 낫겠지만 '신입'이어서 못하는 걸 보여주기 싫어서 혼자 끙끙대며 잘 안 되는 부분을 본 적이 있다.
    신입은 신입이다. 모르는 부분은 옆 팀원에게 물어보자.
    그렇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물어보는 것은 꽤나 어리석은 행동이다. 최소한 검색은 해보고,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으면 그때 도움을 요청한다.
    질문도 잘해야 원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래 글을 인상 깊게 봤었다.
    https://jbee.io/essay/good_questionor/
    전문적인 분야여서 도움을 줄 팀원이 없다면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방법도 꽤 사용했었다.

    2. 중요한 역할을 맡고는 있겠지만, 나 하나 없다고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나는 회사의 서비스를 좋아했었다. 애정이 가득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사용성을 제공할지 내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기획자 분과 상의하고 수정하고, 기능을 추가했다.
    멋진 코드를 작성한 건 아니지만 나의 조그마한 작업들이 모여 사용자들이 더 쾌적하고 편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신사업 프로젝트를 대부분 내가 맡게 되었는데 나와 같은 직군은 오직 나 한 명으로 진행이 됐다.
    신사업이다 보니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작업해야 할 양도 많다 보니 주어진 일정 안에서 촉박하게 일했다.

    남들 며칠씩 몰아서 쓰는 연차를 나는 제대로 써본 기억이 없다. 일정에 영향이 갈까 봐. 이슈가 터지면 나 말고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봐.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이슈인데 다른 사람에게 수정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이때 생각이 꽤나 잘 못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
    내가 없어도 등을 맞대 줄 팀원은 있다.
    물론 슈퍼 개발자여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평범한 개발자다.

    일에서 벗어나 쉬면서 리프레시도 하고 무리한 야근, 철야를 하며 건강을 악화시키면서까지 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를 갉아먹는 희생을 하지는 말자.



    힘들지만 재미있었고 소중한 경험을 했던 신입시절 생활.
    주변에 흔히 같은 직군 선배나 사수가 없어 직장생활 이야기들을 들어 본 적이 없기도 했어서 더 헤맸었고
    왠지 모를 그냥 잘하고 싶다는 마음, 회사가 잘됐으면 하는 욕심으로 나를 더 채찍질했던 것 같다.
    꽤나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니 열정 넘치고 패기 있던 신입 때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다.
    곧 6년 차가 될 지금의 나는 그 정도의 열정과 노력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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