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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자취 :: 강남 주민 4년차Daily 2022. 3. 23. 23:30반응형
벌써 독립한 지 4년 차가 다되어 간다. 지금은 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쭉 살았었고, 학교도 경기도 였어서 스무 살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은 나에게 복잡하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는 어려운 곳이었다. 파란색 버스는 가운데서 타야 하고 방향도 매번 잘못 봐서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이면 지각하기 일쑤였다.
물론 지금도 서울을 다 모르지만.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싶다'가 자취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다.
심플하게는 회사와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강남역 근처로 알아보게 되었다. 다른 곳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당연히 다른 곳보다 땅값도 비싸고 물가도 비싸다는 생각에 내 예산 내에서 아주 좋은 집은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첫 자취를 회사 근처에서, 그것도 강남에서 한다는 생각에 설렜던 마음이 기억이 난다.
자취를 처음 하다보니 짐을 전부 살 수가 없어서 웬만한 옵션이 다 있는 곳, 강남역 근처는 유흥가가 많기 때문에 보안이 중요한 곳 이 두 박자가 맞는 곳이 오피스텔이었다.
일을 좋아해서 한창 외주를 진행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관리비나 대출이자로 나가는 돈이 아까운 줄 몰랐던 것 같다.
관리비로 나가는 돈이 꽤나 컸고 (월 20만원) 조금만 역 근처를 벗어나면 동일한 전세 금액으로 더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처음 자취할 때는 동네에 사람들이 없어 적막한 것보다 차라리 가깝게 놀기 좋은 곳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유흥가 앞에서 살아보니늦은 밤,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며 북적거리는 날이면 원치 않은 소음에 괴로워지기 일쑤였다.
새벽에 잠깐 밖에 나오면 술 취한 사람들이 집 앞에 널브러져 있고 거리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두번째 자취방은 유흥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 아파트와 빌라가 많은 조용한 곳을 선택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한티역을 끼고 있다.
지하철은 잘 타지 않지만 차를 두고 멀리 나갈 일이 있다면 편하게 어디든 갈 수 있다.
비슷한 또래나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조용하지만 활기가 넘친다. 오며가며 장보는 사람들, 가족단위로 나와 산책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평온함을 느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대형마트가 있다는 것.
사실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지만 대형 마트만 가면 많이 사오기 때문에 끙끙대며 짐 옮기기는 쉽지 않다.
한티역에도 롯데백화점이 있어 산책겸 나갔다 오기 좋다.
대치동 학원가들에 있는 맛집들도 많고
도곡 전통 시장에서 가끔 떡을 사먹거나 구경을 하기도 한다.
젊은 강남역 거리, 뭐든 다 있다.
주차가 어려워서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사람 구경 겸 아이쇼핑을 하러 갈 때에는 강남역 만한 게 없다.
한강 공원도 가깝다.
걸어갈 정도로 엄청나게 가까운 건 아니지만
자전거로 25분, 차로 15분이면 가까운 잠원이나 반포 한강공원에 갈 수 있다.
요즘은 저녁에 탁 트인 풍경을 보고싶을 때면 차를 끌고 한강공원으로 향한다.
작년 9월 차를 구매하고 이전 삶과 비교해보니 생활 반경이 훨씬 넓어졌다.
물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충분히 갈 수 있는 곳들이지만 자차로 내가 원할 때 편하게 어떤 짐을 싣고 이동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경험인 것 같다.
차를 타고 자주 가는 곳은 아래와 같다. 모두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
양재 코스트코
삼성 코엑스
신사, 압구정, 청담 맛집거리들
잠실 롯데타워, 롯데백화점, 석촌호수, 잠실한강공원
고속터미널 신세계 백화점 본점
성수 서울숲
주변 교통과 인프라가 좋아서 장점들만 적은 것 같지만 단점들도 있다.
골목골목이 너무 좁다.
주차할 곳이 많지 않고 주차비가 비싸다. 뚜벅이 일 때는 차만 있으면 좋을 줄 알았더니, 주차 생각하는 게 꽤나 까다롭다.
전세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리 건너 옆이나 윗동네로 넘어가면 같은 가격에 방을 하나 더 추가하거나 넓은 공간, 좋은 컨디션의 집을 구할 수 있다. 가격 대비 평수가 좁은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3년 동안 살며 익숙해진 인프라들과 거리 그리고 풍경들.
다음 자취는 강남이 아닌 곳에서 해보고 싶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넓은 공원이 있으면 좋겠고, 창문 밖의 풍경이 탁 트였으면 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어떤 새로운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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