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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독립
    Daily 2021. 6. 1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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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넘게 가족들과 함께 살아왔었다.

    한 지역에 오래 살았었고 거주하는 지역도 많이 바뀌지 않았다.

     

    학생 시절에는 부모님이 아침마다 깨워주고 밥도 준비해주고 용돈도 받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부터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노는 것, 공부를 하는 것, 돈을 모으고 쓰는 것도 오로지 내 몫이었다. 운 좋게 학교도 집과 가깝고 졸업하고 다니던 직장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거리나 시간 상으론 큰 불편함 없이 다녔다.

    그렇게 내가 생각한 자유를 느끼며 살았다.

     

    회사와 집이 먼 것도 아니고, 다른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25살, 처음으로 독립하게 되었다.

     

    그 중 일상 속에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가족들과 함께사는 집은 주방은 주로 엄마의 공간, 거실은 모두의 공간, 화장실은 공용의 공간이었고 각 구성원들의 방이 있었다.

    어느 때처럼 살아왔는데 침대와 책상 의자 화장대 책장이 차지하고 있는 내 방이 어느 순간 너무 좁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내 방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와 소품들은 내 취향이 아닌 부모님의 취향으로 산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취향으로 공간을 꾸미고 변화시키고 싶었다. 침대 커버를 바꾼다던가, 의자나 소품들을 바꿔봐도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았다.

    주방이나 화장실도 공용의 공간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물건을 정리해놓고 꾸며놓기가 어려웠다.

    "내 공간이 조금 더 넓고 내 취향에 맞게, 내 생활패턴에 맞게 꾸며서 살아보고 싶다."

     

    출근 날 어느때처럼 일어나서 급하게 지하철 시간을 맞추기 위해 지하계단을 달려 내려가고 아슬아슬하게 닫히는 지하철 문을 통과했다.

    숨 가쁘게 달려와서  지하철 안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사람들 속 안에서 내 숨소리가 들리지 않게 천천히 숨을 골랐다.

    회사와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올라탔고, 선선한 가을인데도 덥고 주변 사람의 땀이나 체취를 그대로 맡아야만 했다.

    마지막 역에 도착해서도 수많은 인파와 함께 지상으로 빠져나갔다. 선선한 가을인데도, 아직 회사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덥고 지쳤다.

    "아, 매일 같이 가는 회사 걸어서 출근하고 싶다. 여유롭게 출퇴근하고 싶다." 

     

    일 년 넘게 부모님과 이야기한 뒤 허락을 맡게 되었다.

     

    첫 독립을 준비하다 보니 서툰 점도 많았다.

    부모님께서는 돈을 어느정도 보태줄 테니 집을 보러 가는 것, 구하는 것은 모두 혼자서 해보라고 했다.

    여태까지 집에 대해서는 문외했었는데 전세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 담당자랑 상담하고, 부동산 중개인과 집들을 확인했다.

    살고 싶은 집의 형태, 위치, 감당 가능한 월마다 나가는 돈 등을 꼼꼼히 정리하고 확인해서 강남역 근처에있는 오피스텔로 원하는 자취방을 얻게 되었다.

     

    나의 선택했던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 역 근처이고, 회사에 걸어서 20분 이내로 갈 수 있을 것

    - 5년 이내의 연식일 것

    - 옵션에 필수적으로 샤워부스가 있을 것

    - 대출이자로 나가는 돈 + 관리비가 특정 금액 이하일 것

     

    (그때 당시에는 저 조건으로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피스텔을 선택했기 때문에 관리비를 월마다 몇십 만원씩 낸 것들이 아쉽기는 하다.)

     

    그렇게 원하던 독립을 하게 되고 나서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맘 껏 느낄 수 있게 됐다.

    원룸 오피스텔이라 주방, 화장실, 옷장 등 모든 공간을 내 생활 패턴에 맞게 정리하고 꾸밀 수 있었다.

    침대, 책상, 의자, 소품, 주방용품, 화장실 용품을 모두 구매하느라 돈을 꽤 썼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독립을 해보며 느낀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청소, 빨래, 음식을 부모님이 매일같이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한 달에 몇 번씩 도와드리기는 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몇십 년 동안 해주던 부모님께 감사했다. 직접 집의 주인이 되고 내가 해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혼자 집의 모든 곳을 신경 써야 하다 보니 번거로운 점도 많았지만, 내 공간을 꾸미고 정리하고 집에서 지낼 수 있는 장점과 즐거움이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은 두 번째 자취방을 구해서 살고 있다. 첫 번째 자취방보단 조금 더 넓고 방이 있어 공간도 분리되어 조금 더 신경 써서 집을 꾸며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찾을 수 있게 정리해 놓은 수납제품과 공간들, 볕이 잘 드는 창가 아래서 커피 한잔 하며 노트북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하루의 삼분의 일 이상을 함께하는 매트리스에도 꽤 많은 돈을 투자해보거나 귀찮고 반복되는 것들을 자동화해줄 수 있는 로봇청소기, 전동 손세정제, 전동커튼, 스마트 조명, 스마트 스피커 등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제품들을 사용해서 작아 보이지만 큰 변화를 줘보고 있다.

     

    거실 하나에 작은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이고 대중적인 형태로 거실에는 소파와 티비, 작은방에는 컴퓨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놓았는데, 재택근무나 노트북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거실을 카페 라운지 형태로 꾸며보려고 생각도 해보고 있다. 앞으로 더 나의 생활패턴에 맞는 공간을 찾아가며 만들어나가고 싶다.

     

     

    재미로 보는 공간의 변천사 사진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부모님과 함께살던 집, 내 작은 방
    첫 자취방 꾸미기 전에 가구 배치해보기. 거의 이대로 꾸며졌다.
    나의 첫 자취방 한편. 어두운걸 좋아하는 나.
    요로코롬 정리도 나름 깔끔하게
    내 두번째 독립공간, 거실
    침실 한편 꾸며놓은 공간들
    옷방겸 게임방, 그리고 사랑스런 우리 고양이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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