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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의 교집합이 아닌 여집합
    Daily 2022. 2. 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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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집합 (출처: 위키백과)

     

    학창 시절엔 한 공간에 오래 머물며 같은 경험 하며 그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갔다.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다양한 장소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이나마 나와의 교집합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 때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회사생활도 일찍부터 시작했던 나는 나이, 직업, 가치관이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고 이야기하며

    때로는 먼저 경험했던 일적인 부분과 삶의 지혜들도 간접적으로 배우고, 내 생각의 범위를 더 넓히고, 같이 다니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워진 관계들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멀어질 수도 있기야 하겠다.

    하지만 요즘 들어 왜 상대방 쪽에서 멀어지기만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믿고 있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관계가 끊겨버리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만남도 연락도 멀어지며 어색한 사이가 되기도 했다.

     

    카카오톡에 전에 친하게 지냈던 이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메시지 하나 보내는 데 어렵기만 하다.

    뭐라고 보낼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엔 보내지 않았다. 느꼈다. 나 어릴 적에만 소심한 줄 알았는데 아직 소심하구나.

     

    예전 같았으면 '아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 같지만

    스무 살 후반 그리고 곧 서른을 달려가는 요즘 맘 놓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몇 없다는 게 속상하기도 하고 자기반성을 하게 되기도 한다.

    '관계가 지속이 되지 않는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나는 스스로의 선을 만들어놓고 상대방이 그 선을 넘어버리면 멀리하거나,

    그 선을 넘지 못하게 내가 어떻게든 저지하면 상대방이 지쳐 나가떨어지곤 했던 것 같다.

    자주 나를 찾았던 상대방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걸 눈치채면 그제야 학습한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사실 나는 말투에 애교가 있는 편도 아니고, 무뚝뚝한 편에 가깝다. 정이 많은 편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자존감은 높고 현실적이다 보니 제삼자 입장에서는 소위 말해서 재수 없고 4가지 없는 스타일일 수도 있겠다.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고 글을 적다가 생각해본 것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만의 노력을 했을까?' 질문에 답도 생각해보자.

    나는 먼저 다가가는 편이 아니다. 먼저 만나자고 약속을 먼저 잡는 편도 아니다.

    만나는 건 아니어도 내 나름대로의 연락은 자주 하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기는 한다.

    물론 상대방이 생각했을 땐 그게 충분치 못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떠나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기존의 관계 속에서 관계의 교집합을 계속 만들어나가는 게 아니라 여집합처럼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관계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관계를 쌓아갔던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데, 새로운 사람들과 비슷한 점을 찾고 알아갈 기회는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인연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회사 출근도 하지 않고, 사람 만나는 일이 적어지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조금 우울한 글일 수도 있겠다.

    예능이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면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러 가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편하게 이야기하고 잘 지내는 모습이 꽤 부럽기도 하다.

     

    나와의 교집합으로 이루어진 관계들 그리고 그 교집합들의 합집합으로 이루어진 나와 그 관계들을 찾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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