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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ily 2023. 3. 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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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릴적부터 소매가 짧은 반팔을 입는 걸 싫어했다.

    팔을 들거나 약간의 활동적인 행동을 하면 반팔의 소매가 걷혀지는 그 순간이 싫었다.

    예쁜 원피스를 보고 나서는 팔이 내 팔을 적당히 가릴 수 있는지, 그 곳이 가려지는지 먼저 생각하곤 했다.

     

    그곳은 내 왼쪽 팔의 점이다. 내 왼쪽 팔에는 500원 동전크기만한 갈색빛의 진하고 큰 점이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점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점들이 촘촘한 원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점은 태어날 때 부터 엄마에게 물려받았다. 엄마는 배꼽 밑에 나보다 더 연한 형태로 3~4배 정도 큰 사이즈의 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부끄러웠다. 그냥 보통의 점도 조금 크면 눈에 많이 띄곤 하는데, 내가 위에 묘사한 크기의 점이 팔 한가운 데에 있으면 얼마나 눈에 잘 띄일지 상상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름이 되어 반팔을 입으면 주변 또래 친구들은 내 점에 항상 관심을 가졌고,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또는 너무 크고 진해서 징그럽다는 이야기들도 해주었다. 남들과는 다른, 눈에띄는 것을 신체에 가지고 있는게 부끄러웠다. 

    짧은 소매를 입는 여름이 싫었고 내 점에 관심을 주는 주변 친구들이 싫었다. 여름만 되면 반창고 두개를 점에 붙이고 다니거나 긴팔을 입곤 했다. 그렇게하면 신경을 끌 수 있었다.

     

    점이 있다는 걸로 엄마를 탓하진 않았지만 왜 많은 것들 중에 이 점을 내 팔에 물려줬을까 하는 아쉬움은 가끔 있었다. 동생은 이 점이 없고 첫째인 나만 가지고 있다. 

    조금 머리가 크고 나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점 커서 신경쓰이지 않아? 왜 안뺐어?" 라는 내 물음에 엄마는 배에 점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을 하며 점의 존재가 크게 노출될 일이 없어서 살면서 크게 신경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노출할 일이 많은 팔에 있으니 엄마는 내 기분을 모를거야 하며 나는 무조건 이 점을 언젠가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가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등학교 6학년, 엄마 손을 잡고 피부과에 가서 점 제거 상담을 받았다. 의사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아직 성장기이고 점의 두께나 크기가 일반적이지 않아 6~10회 이상 제거해야합니다. 피부과 보다는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우선적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 제거하세요." 당시 13살인 나에게 7년동안 더 기다렸다가 점을 제거해야한다고 하니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게다가 간단하지 않고 고통이 따라온다는 말에 좀 슬펐다. 왜 이런 걱정과 아픔을 앞으로도 가져야하는지 모르겠어서 병원에 다녀와서 엉엉 울었다.

     

    그러다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으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자며 스스로를 

    다잡았고 어릴 때 이 점을 보고 이모들과 고모들이 해줬던 말을 떠올렸다. 복점이라고 표현을 해줬다. "ㅇㅇ이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네. 이 점에 좋은 운들이 많이 모여있는거야." 무슨 이상한 소리냐며 크게 들은 체도 하지 않았지만 불현듯 이 말이 떠올랐다. '그래, 일단 가지고 있어야하는거 좋은 운 몸에 크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자!'며 되새기고 그 이후 부터는 점을 굳이 굳이 숨기진 않았다. 오히려 자랑을 하기도 했다. 점을 있는 그대로 시원하게 드러내는 것은 아직도 부끄럽긴 하지만 팔을 보여줄 일이 있다면 당당하게 보여주곤 한다.

     

    내 팔에는 그 점이 아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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