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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아킬레스건
    Daily 2021. 9. 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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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이 되기 전, 중고등학교 학교 수업 중의 어느 날. 종종 선생님이 국어 지문 읽는 것을 시키셨다.

     

    "오늘 날짜 출석번호인 사람이 읽어보세요."

     

    내가 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나다.

    조용한 교실 속에서 모든 우리 반 친구들이 숨죽이고 내가 소리 내어 읽는 단어와 문장에 집중한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긴 문장을 소리내어 읽는 걸 매끄럽게 잘하지 못한다. 안 그래도 잘 못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못하는 걸 시키니 더 긴장했다. 읽으며 문장을 이해해야 하는데 내 신경은 온통 발음 또박또박하기, 더듬지 않기, 달달 떨리지 않게 크게 말하기에 쏠렸다.

    신경을 써도 몇번은 더듬고, 어눌하게 이야기하고,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문을 다 읽고 나면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지고 화끈거려 얼굴을 바로 들지 못했다.

     

    나에겐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온통 관심이 쏠리는 것이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친한 몇명 앞에서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관중이 많거나 큰 무대 앞에 서는 건 항상 꺼렸었다.

    무대 앞에 서서 남들에게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나.


    사내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 팀원들과 행사를 기획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은 매우 즐거웠다.

    기획 단계가 끝나고 행사 당일에 진행할 사람 한 명이 부족해서 팀원 사이에서 진행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누가 맞아주실래요? 진행해주실 분?"

    평소 같았으면 누군가 진행 잘하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이 해주겠거니 하며 관심이 없었겠지만. 왠지 그날은 달랐다.

    행사를 작게 기획한 적은 있어도 행사를 진행해본 적은 없었다. 해보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내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어색한 게 눈앞에 그려졌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용기 내었다.

     

    이번에는 누가 나에게 시킨 것도 아닌데 직접 말했다.

    "제가 해볼게요."

    입을 떼기 전후로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괜히 내가 망치는 게 아닐까, 해본 적도 없고 잘할지도 확신하지 못하는데 괜히 한다고 한 걸까, 나랑 같이 진행하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인데 비교되면 어쩌지.. 같은 온갖 걱정을 하면서도 해보겠다고 했다.

     

    행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같이 진행하는 사람이랑 맞춰보기도 하고, 스크립트를 짜기도 해 봤다.

    당일 큰 실수 없이 진행이 되었고 남들이 보기엔 그냥 사내에서 하는 일반적인 행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평소에 어려워하고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 부딪혀보니, 쉬운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동안 많은 관중 앞에 나서서 하는 걸 꺼려했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지금도 썩 내켜하는 편은 아니지만.

    너무 큰 노력을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아예 단점이라고 치부하여 방치하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이 노력들이 모여 조금씩 좋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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