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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통통한 손이 좋아
    Daily 2021. 2. 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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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해주던 말이 있다.

    손이 참 곱고 예쁘다고.

     

    엄마의 손은 젊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깊은 주름이 있고 손등이 거칠거칠하다.

     

    내가 밥 먹을 때나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을 때면 한쪽 손으론 내 손을 꼭 잡고 손등을 어루만져주신다.

    그럴 때마다 내 손이 참 부럽다고도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명절에 친척들과 함께일 때도 어른들은 내 손을 참 좋아해 주셨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손가락이 얇으면서 길고, 손바닥은 작고, 하얗고 투명한 피부 같이 대중적으로 예쁘다고 하는 손은 아니다.

    뼈마디가 굵고 살이 통통하게 차올라있다. 살 덕분에 손 등에는 주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핸드크림을 즐겨 바르지 않아서 그렇게 부드럽지는 않다. 아, 조금 하얗기는 하다.

     

    그래도 가족들이 좋아해 주는 내 손이 싫지는 않았다.

     

    어느 날 회사에 같이 다니는 직원 한 명이 내가 키보드 타자 치는 걸 유심히 보더니,

    "손 진짜 못생겼다" 하며 자기 손과 내 손을 번갈아 봤다.

     

    본인은 손가락이 얇고 작아서 다행이라는 중얼거림과 함께 한 껏 인상을 찌푸린 그 표정을 보고,

    그 상황이 불쾌한 것보다 내 손이 정말 못생긴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멋쩍은 웃음만 한채, 나도 모르게 손을 책상 아래로 숨겼다.

     

    그 날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티브이를 보며 사과를 먹었다.

    오늘도 여전히 내 손을 예뻐해 주고 어루만져주는 엄마였다.

     

    나의 노력으로 손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가지고 태어난 나의 통통한 손이다.

    직장 동료에게 내 손이 어떤지 평가해달라고 한 적도 없고, 스스로가 예쁘다고 한 적도 없는데 내가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됐다.

    오히려 내가 바로 불쾌함을 표현했어야 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 예쁘고, 못 생기고의 평가는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거다.

    내가 원하지 않은 외적인 평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우리 엄마가 예뻐해 주는 내 손이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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