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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Daily 2020. 12.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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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선택이 가장 아쉬운 날이 언젤까.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딱 하나 있던 컴퓨터로 게임을 즐겨하고, 만화를 보며 그림을 그렸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딱히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다. 특별하게 공부를 잘하지도 않고 사고 치지 않는 그런 학생 말이다.

    중학교 1학년때 전교생 480명 중에 430등을 했던 적이 있다. 다른 목표도 없고 컴퓨터 게임만 좋아하던 내가 중학교 1학년의 끝자락의 겨울방학 때 무언가 결심한 적이 있다. 한 번 목표를 세워놓고 달성해보기로 했다.

    세웠던 목표는 몸무게 10kg 감량하기, 학교 공부에 관심가지기.

     

    겨울방학기간에 줄넘기, 수영, 훌라후프, 요가 이 4개의 운동을 병행하면서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을 공부했다.

    (다이어트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 글로 다시 적어볼 예정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다.)

    절제된 식이요법과 강도높은 운동으로 2개월 만에 10kg를 감량했다. 굶어가며 힘든 다이어트를 하진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 왈, 당시 월경이 1년 동안 끊길 정도로 몸 내부가 아파하는 극심한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딱 맞았던 교복이 헐렁해지고 치마 단추를 무려 3단계나 작게 줄였다.

     

    그리고 두번째로 세운 목표, 학교 공부.

    항상 늦잠을 자고 아침에 학교 가기 바빴던 내가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일어나 당일 배울 모든 수업의 과목을 예습하고, 집에 와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복습을 했다. 그렇게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고 성적표를 확인해보니 반 6등. 난생처음으로 100점을 맞아본 과목도 있었다.

    다이어트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내가 마음만먹고 노력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던 15세였다. 이후에는 공부에 집중을 했다. 원래 공부머리가 없어서 그런지 1등은 한번도 해보진 못하고 반 2등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을 할 때였다. 당시 내신을 가지고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비평준화 시기였다.

    중학교 1학년 내신을 말아먹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교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까 앞에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꾸준히 그림을 그려오고 있었다. 준비하긴 늦긴 했지만 중학교 3학년 초부터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애니고등학교가 내신 기준이 높고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 건 알고 있었다.

    미술담당인 담임선생님에게 먼저 다가가 상담을 요청했다. 애니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지역에서 공부를 잘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선생님은 이상하게도 공부 잘하는 인문계고등학교에 가라고 다그치듯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장래, 미래보다는 어떤 반에서 높은 고등학교에 얼마나 많이 갔는지가 선생님들 사이의 주요 화두, 성과였기 때문에 나한테 그런 권유를 했던 것 같다. 

    미술 선생님이고, 어른이니 나보다 더 좋은 선택을 골라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뜻을 그래도 받아들였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더 배울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고등학교는, 내신을 좀 더 잘 딸 수 있는 학교로 한 단계 낮춰서 진학을 했다. 대학교 지원 시 고등학교 내신을 보는 전형에 유리하게 가기 위해서 그렇게 선택했다. 이때도 나는 크게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신을 더 잘 받기 위해 다른 고등학교를 선택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에 정신 차려보니 성적을 더 좋게 가져가기는 커녕 적응을 잘하지도 못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학교 공부 외에 다른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던 것도 컸다. 고등학교에 진학 후 우연히 그림 그리기 외에 포토샵, 일러스트, 애프터 이펙트 같은 툴을 알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툴들을 실습해보며 원하는 것을 구현하는 데 문제없을 정도로 모든 툴을 익숙하게 익혔다.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학교 공부보다 이게 재밌었던 것 같다.

    관심사가 맞는 친구 몇 명과 방학에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일러스트를 그리고, 프로그래밍도 그때 처음 접하게 됐다. 이때의 게임 개발 경험은 내 현재 직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처음 접하는 정말 재밌는 게임에도 눈을 떴다. 지금도, 8년째 즐겨하고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그 게임을 가장 많이 했다.

    독서실보다 피시방에서 보냈던 시절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게임을 아주 잘했던 것도 아니다)

    고3 때는 다른 거에 흥미를 가지지도 않고 게임에만 몰두했다. 당연히 공부는 거의 내려놓았고, 감량했던 몸무게는 이미 고등학교 진학 후부터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대학교도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부모님의 설득에 수시 2차 준비를 잠깐 해서 경기권에 있는 4년제 대학교로 진학을 할 수 있었다.

     

    대학을 진학할 수 있게 설득해 준 부모님께는 정말 감사하다.

    내로라하는 명문대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었고 내가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이기 때문인지,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학교에서 만난 교수님들, 동기 그리고 선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줬었고, 커리큘럼도 만족스러웠다.

     

    학교 외에 외부활동, 스터디, 인턴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지금의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구체화 할 수 있었고 가치관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건 자연스럽게 내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은  IT 관련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나보다 남들이(?) 좋아하는 회사에서 하루하루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만약 고등학교 때 다른 길로 새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오직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만 열심히 했다면, 어땠을까? 내 삶에 다른 변화가 있었을까? 다른 기회들을 더 만들어볼 수 있었을까?

     

    나는 그 당시 왜 그랬을까. 과거를 후회하진 않지만 내가 다른 선택들을 했다면 내 삶이 더 좋아졌을지, 아직도 방황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인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산길이라고 하듯이, 내 인생의 변곡점들을 떠올려봤다.

     

    경험에서 깨달음을 얻기 전 까지는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내가 경험으로 배운 아래 두 가지는 앞으로 내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져나가고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의 '목표'를 가지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이유'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 다는 것.

     

     

     

     

    의식을 하든 못하든 경험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는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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