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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 찍는 걸 꽤나 좋아한다.
사진첩에는 10만 장이 넘는 사진이 있다. 아이폰을 스물한 살 때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기록들이다.이렇게 많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정리를 안 하냐고, 그렇게까지 남겨둘 필요가 있냐고.
핸드폰을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앱도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색깔에 맞춰 배열하고, 주기적으로 용량 정리를 하며 안 쓰는 건 지우기도 한다. 나는 그런 정리에도 무던한 편이다. 사진은 더더욱 그렇다.
여행지에서 비슷한 포즈로 수십 장, 때로는 수백 장을 찍기도 한다. 살짝 흔들렸거나 초점이 어긋난 사진은 몇 장만 남기고 지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남겨둔다. 예쁘게 나온 사진만 골라두기보다는, 그 순간 찍힌 장면이 그때의 공기 같고 기억 같아서, 굳이 지우고 싶지 않다.
물론 잘 나온 사진들도 좋지만, 요즘은 내가 잘 모르는 내 모습이 담긴 사진에 더 애정이 간다.
내가 가장 익숙한 나의 모습은 거울 앞에 마주한 앞모습이다. 거울을 보며 용안(?) 체크를 할 때에도, 셀카를 찍을 때에도, 대부분은 눈을 크게 뜨고, 예쁘게 보이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타인이 자연스럽게 찍어준 사진 속의 나는 그렇지 않다. 무표정한 찰나, 어딘가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눈빛, 장난끼 가득한 표정, 내가 미처 몰랐던 표정과 감정들이 담겨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어서, 그래서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예전에는 사진 찍히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이 안 됐고, 어색하게 찍힌 못난 모습의 얼굴이 남의 핸드폰에 남아 있을까 봐 괜히 신경 쓰이기도 했다. 그치만 지금은 누군가 나를 찍으려 하면 브이를 하거나 포즈를 취하면서 먼저 반응한다. 이제는 카메라 렌즈가 그다지 무섭지 않다. 덕분에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남기고, 볼 수 있어서 좋다.
내가 모으는 건 내 모습만이 아니다. 그 순간 공간의 분위기, 따스한 볕, 길가의 귀여운 고양이, 우연히 마주친 신기한 곤충, 함께 있던 친구들의 표정과 행동들, 재미있는 상황들이 있으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진다.
익숙한 공간이지만 무언가 달라보이는 느낌이 들 때에도 사진을 남기고 싶다. 매일 보던 집 안이지만 오늘따라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더 예쁘게 느껴지는 식탁, 가챠샵에서 운 좋게 원하는 피규어를 뽑고 책장 한켠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은 모양, 그다지 맛있진 않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만든 요리 사진. 그런 평범한 순간들도 나는 자주 찍는다.
타인을 찍어주는 건 더 좋아한다. 내가 찍어준 사진을 누군가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거나 핸드폰에 저장해두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어제 양평에 다녀왔는데, 우연히 찍어준 사진을 여러명의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해서 프로필로 바꾼걸 보며 괜히 뿌듯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하던 행동을 잠깐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고, 구도를 조절하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지만. 그런 기록의 순간이 좋다.
심심할 땐 사진첩을 열어 추억여행을 하기도 한다. 잊고 있던 계절의 공기와 감정, 함께했던 사람들의 표정들이 다시 살아난다. 특히 아이폰 기본카메라의 '라이브 포토' 기능을 사랑한다. 사진이지만 영상으로 재생되어서 특별한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
기억은 흐려지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사진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촬영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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